2014년 10월 30일 목요일

수입차 '먹통' 내비게이션 … 분통 터지는 한국 소비자들

한국경제, '04.10.29일자, 김근희 기자
갑자기 길 사라지고, 과속 단속 카메라도 못 잡아
울며 겨자 먹기로 본사 내비게이션 이용하는 고객들
아우디 내비게이션. 사진 출처=아우디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아우디 내비게이션. 사진 출처=아우디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 김근희 기자 ] 올해 4월 BMW 320d를 구입한 직장인 신모 씨(33·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자신의 차를 운전해 인천에서 영종도로 가던 중 내비게이션의 길이 끊겨버린 것. 신 씨는 20분이면 가는 거리를 물어물어 1시간이나 걸려 도착했다. 그는 "신도시가 생긴 지 얼마 안 된 길은 내비게이션에 나오지 않는다" 며 "매번 내비 맵(지도)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서비스센터를 찾아가야하고 비용도 12만 원이나 든다"고 토로했다.

독일 수입 승용차를 모는 직장인 최모 씨(28·여)는 아예 차량에 내장돼 있는 내비게이션을 쓰지 않는다. 대신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이용한다. 최씨는 "가고자하는 길도 잘 못 찾고 내비를 조작하기도 불편해 사용하지 않는다" 며 "차 가격에 내비게이션 가격이 포함돼 있는데도 내비게이션이 제 기능을 못 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수입차의 내비게이션에 대한 고객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의 해외 본사가 제작한 내비게이션이 국내 지형에 맞지 않아 길 위에서 소위 '먹통'이 되기 때문. 가까운 거리를 돌아서 가도록 안내하거나 길이 갑자기 사라지기 일쑤다. 명칭 검색이나 주소 검색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과속 단속 카메라의 위치를 정확하게 잡아내지 못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내비게이션 작동이 원활하지 않자 1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내고 사제품 내비게이션을 달거나 휴대폰용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대부분이다.

29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BMW, 아우디, 푸조 등은 본사가 제작한 내비게이션을 국내 판매 차종에 사용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현대모비스의 내비게이션과 본사 내비게이션을 같이 쓰면서 차종마다 다르게 장착했다.

BMW 관계자는 "내비게이션은 헤드업 디스플레이(앞 유리에 운행 정보가 나타나는 기술)와 연동되기 때문에 본사 내비게이션만 써야 한다" 며 "타사 내비게이션을 장착할 경우 다른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회사 내비게이션은 디스플레이 시스템 호환 등이 어려워 본사 내비게이션만 장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고객들이 감수해야 하는 부담은 크다. 먹통 내비게이션을 억지로 써야할 뿐 아니라 유지비용도 추가로 발생한다.

취재 결과 수입차 본사가 개발한 내비게이션의 업그레이드 주기는 평균 6개월로 나타났다. 업그레이드를 할 때마다 10만 원이 넘는 비용을 내야 한다. 무료로 2개월 단위로 업데이트되는 한국형 내비게이션과 대조된다.
BMW와 아우디의 내비게이션 업데이트 비용은 10만 원이다. 한국형 내비게이션과 본사 내비게이션을 혼용해서 쓰는 벤츠의 경우 이전 세대 S클래스와 CL클래스는 15만 원(부가세 포함), 그 외 장착된 모든 모델은 12만1000원을 내야 한다.

내비게이션을 고객 마음대로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사제 내비게이션은 장착 비용이 비싼 데다 장착할 경우 보증수리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 320d 차주 신씨 역시 내비게이션 사제품을 달려고 했지만 포기했다. 그는 "사제 내비게이션을 장착하려고 알아봤더니 110만~120만 원이나 들어 그냥 휴대폰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객들의 불만이 커지자 일부 수입차 업체들은 한국형 내비게이션 사용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폭스바겐, 포드, 도요타, 혼다, 닛산 등이 고객 불만에 대응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도요타는 2년 전 LG와 공동으로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개발했다. 도요타 관계자는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국내 지형에 최적화된 내비게이션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BMW는 내년부터 R&D(연구·개발) 센터를 신설해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자체 개발할 계획이다. BMW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 맞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며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근희 기자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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